
아이를 키우면서 밥 먹는 시간이 이렇게 어려운 일인지 몰랐다.
우리 첫째는 한동안 밥을 먹을 때 자꾸 돌아다녔다.
몇 숟가락 먹다가 일어나고, 다시 앉으라고 하면 싫다고 하고, 먹는 것보다 다른 데 관심을 보이는 날도 많았다.
밥을 잘 안 먹는 것도 문제였지만 더 힘들었던 건 밥 먹는 시간마다 아이와 실랑이를 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한두 번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밥 먹는 시간이 기다려지지 않았다.
밥 먹을 때마다 아이와 싸우게 됐다
처음에는 그냥 말로 해결하려고 했다.
“앉아서 먹자.”
“밥 먹고 놀자.”
“조금만 더 먹고 일어나자.”
그런데 아이 입장에서는 이런 말이 하루에도 몇 번씩 반복되니 듣기 싫었을 것 같다.
나도 점점 지쳤다.
아이는 일어나려고 하고 나는 앉히려고 하고.
결국 밥 한 끼 먹는 동안 서로 기분이 상하는 일이 많아졌다.
특히 정도가 심해지면서부터는 ‘이건 그냥 두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에게 계속 뭐라고 하는 방식으로는 해결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조금 다른 방법을 써보기로 했다.
첫째만의 식사 의자를 다시 마련했다
계기가 하나 있었다.
원래 첫째가 사용하던 의자가 있었는데 둘째가 사용하게 되면서 한동안 첫째가 사용할 전용 의자가 없는 상태가 됐다.
생각해보면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식사할 때 앉을 자리가 애매해진 것도 영향을 줬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첫째가 사용할 전용 아기 의자를 다시 마련했다.
‘이제 여기 앉아서 밥 먹는 거야.’
아이에게도 자기 자리가 생겼다는 걸 알려줬다.
그리고 한 가지를 더 해보기로 했다.
식사 시간은 30분으로 정했다
식탁에 앉히면서 30분 타이머를 맞췄다.
30분 동안 밥을 먹고, 시간이 지나면 식사를 마치는 방식이다.
이전에는 밥을 다 먹을 때까지 계속 앉아 있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었다.
그러다 보니 아이도 밥 먹는 시간이 길어지고, 나도 계속 먹으라고 이야기하게 됐다.
30분이라는 기준을 정하고 나니 조금 달라졌다.
아이에게도
“30분 동안 밥 먹는 시간이야.”
라고 알려줄 수 있었고, 나도 계속 옆에서 재촉하지 않아도 됐다.
물론 처음부터 잘된 건 아니다.
아직도 중간에 딴짓을 할 때가 있고, 먹는 속도가 느려질 때도 있다.
그래도 이전처럼 계속 쫓아다니면서 먹이려고 하는 상황은 확실히 줄었다.
아이가 스스로 먹으려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변화는 이것이다.
아이와 실랑이하는 시간이 줄었다.
예전에는 내가 계속 먹으라고 이야기해야 했는데, 요즘은 스스로 숟가락을 들고 먹으려고 하는 모습이 조금씩 보인다.
물론 매번 그런 건 아니다.
어떤 날은 잘 먹다가도 갑자기 장난을 치고, 어떤 날은 몇 숟가락 먹고 더 이상 먹기 싫다고 하기도 한다.
그래도 이전과 비교하면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무엇보다 나도 밥 먹는 시간에 조금 덜 예민해졌다.
아이에게 계속 잔소리하는 상황이 줄어드니 나 역시 편해졌다.
결국 아이의 식사 습관만 바뀐 게 아니라 부모가 대응하는 방식도 같이 바뀐 셈이다.
(내부링크: 세 살 네 살 넛지육아 후기)
아직 완전히 해결된 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식사 습관이 완전히 고쳐졌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아직도 잘 안 먹는 날이 있고, 밥 먹다가 돌아다니려고 하는 날도 있다.
30분 타이머를 맞춘다고 갑자기 아이가 식사에 집중하는 것도 아니다.
아직 진행 중이다.
다만 예전처럼 밥 먹는 시간마다 아이와 싸우는 상황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를 하루 만에 바꾸려고 하면 부모도 지치게 된다.
그래서 지금은 그냥 조금씩 해보는 중이다.
자기 의자에 앉아서 밥 먹기.
30분 동안 식사하기.
가능하면 스스로 먹어보기.
이 정도부터 천천히 익숙해지면 좋겠다.
5살 아이 식사 습관은 아직 진행 중이다
육아를 하다 보면 뭔가 하나를 시작하면 금방 달라질 것처럼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오늘 잘했다고 내일도 잘하는 건 아니고, 며칠 잘하다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기도 한다.
이번 식사 습관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이전과 다른 점은 있다.
예전에는 아이가 밥을 먹지 않으면 계속 먹이려고 했고, 그러다 서로 기분이 상했다.
지금은 아이가 스스로 먹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조금 기다려보려고 한다.
아직 완성된 방법은 아니다.
지금도 계속 해보는 중이다.
다만 밥 먹는 시간이 매일 싸우는 시간이 아니게 된 것만으로도 나는 꽤 큰 변화라고 생각한다.
5살 아이의 식사 습관을 바꾸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는 않다.
그래도 부모가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바꿔보는 중이다.
일단 지금은 30분.
그리고 자기 의자.
이 두 가지를 계속 유지해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