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릴 때 읽었던 어린 왕자를 다시 읽었다. 30대 중반이 되고 아빠가 된 지금, 예전과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이번 글은 그때와 지금의 차이를 남겨보는 어린 왕자 독후감이다.
예전에 이 책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었나 생각해보면 별로 복잡하지 않았다.
어린 왕자가 자기 별을 떠나 여러 행성을 돌아다니고,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겪는 이야기.
그 정도였다.
조금 더 기억을 더듬어보면 어른들의 세계가 이상하게 그려져 있었고, 어린 왕자는 그런 어른이 되기 싫어하는 아이처럼 느껴졌던 것 같다.
그때는 그냥 재미있었다.
그런데 30대 중반이 되고 아이를 키우는 아빠가 된 지금 다시 읽으니 느낌이 완전히 달랐다.
9월에 읽었던 책과 드라마를 정리하면서도 이 책이 유독 오래 남았다.
(9월 감명록 | 메이드 인 코리아 시즌2, 브레이킹 베드, 읽은 책 기록)
어린 왕자가 어른이 되기 싫은 이야기인 줄 알았다
어릴 때의 나는 아마 어린 왕자의 이야기를 꽤 단순하게 받아들였던 것 같다.
어른들은 숫자를 좋아하고, 이상한 일에 집착하고, 정작 중요한 것은 잘 보지 못한다.
반대로 어린 왕자는 그런 것들보다 자신이 느끼는 것에 더 솔직하다.
그래서 예전에는 이 책이 그냥
‘어른이 되지 말자.’
정도의 이야기처럼 느껴졌던 것 같다.
그런데 지금 다시 읽으니 조금 다르게 보였다.
어른이 되는 것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어른이 되면서 무엇을 놓치게 되는가에 대한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숫자를 보게 된다.
얼마를 벌었는지,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 얼마나 좋은 집에 사는지, 아이가 무엇을 잘하는지.
나도 그렇다.
예전에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던 것들을 어느 순간부터 신경 쓰면서 살고 있다.
30대 아빠가 되어 다시 쓴 어린 왕자 독후감
이번에 어린 왕자를 다시 읽으면서 가장 많이 생각한 건 아이였다.
아이를 키우기 전에는 아이가 하는 행동을 보면서도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만 보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밥을 안 먹으면 왜 안 먹는지보다 일단 먹이려고 하고,
떼를 쓰면 왜 그러는지보다 조용히 시키려고 한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이런 상황을 만난다.
그런데 아빠가 되고 나니 가끔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지금 이 아이가 진짜 원하는 건 뭘까.’
‘왜 이런 행동을 하는 걸까.’
‘내가 보고 있는 건 아이의 행동일 뿐이고, 그 안에 다른 마음이 있는 건 아닐까.’
어린 왕자를 다시 읽으면서 이런 생각이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결국 중요한 건 겉으로 보이는 행동만이 아니라 그 사람의 안쪽에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다.
아이의 본질을 보는 게 중요하겠다는 생각
육아를 하다 보면 아이를 어떤 기준에 맞추려고 할 때가 많다.
밥을 잘 먹었으면 좋겠고,
말을 잘 들었으면 좋겠고,
다른 아이들과 잘 지냈으면 좋겠고,
무언가를 잘했으면 좋겠다.
부모 입장에서는 당연한 마음이다.
그런데 그런 기준이 너무 커지면 정작 아이 자체를 놓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어떤 걸 좋아하는지,
무엇을 무서워하는지,
어떤 상황에서 기분이 좋아지는지,
무엇 때문에 속상해하는지.
이런 것들이 더 중요한 게 아닐까.
아이를 잘 키운다는 것이 단순히 좋은 습관을 만들어주고 많은 것을 가르치는 일만은 아닐 것 같다.
그 아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는 것도 육아의 중요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른이 된 지금이라서 보이는 것들
어린 왕자는 어릴 때 읽어도 재미있는 책이다.
그런데 지금 읽으니 재미보다 다른 것들이 더 많이 보였다.
관계에 대한 이야기,
사람을 바라보는 방식,
무언가를 소중하게 여긴다는 것.
그리고 어른이 된다는 것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됐다.
어른이 되면 현실적인 것들을 신경 쓰게 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책에서 말하는 어른들의 모습을 완전히 피해서 살 수도 없다.
나도 이제 아이 둘을 키우고 일을 하면서 현실적인 문제들을 계속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서 어린 시절의 시선을 전부 잃어버릴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다.
오히려 어른이 된 지금이기 때문에 가끔은 아이의 시선으로 세상을 다시 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다시 읽어보길 잘했다
어린 왕자는 예전에 읽었던 책이라 다시 읽을 생각을 크게 하지 않았었다.
이미 내용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다시 읽어보니 같은 책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되어 있었다.
책이 달라진 건 아니다.
내가 달라진 것이다.
어릴 때는 어린 왕자가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겪는 이야기가 재미있었다.
30대 중반이 되고 아빠가 된 지금은 그 안에 있는 아이의 마음과 사람의 본질이 조금 더 눈에 들어온다.
아마 앞으로 또 몇 년이 지나서 읽으면 또 다른 부분이 보일 것 같다.
아이들이 조금 더 크고 내가 또 다른 경험을 하게 되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문장이 마음에 들어올 수도 있다.
그래서 좋은 책은 한 번 읽고 끝나는 책이 아닌 것 같다.
읽는 사람이 달라지면 같은 책도 달라진다.
이번에 다시 읽은 어린 왕자는 나에게 그런 책이었다.
어릴 때는 어린 왕자의 이야기를 읽었고, 지금은 아이를 바라보는 내 모습을 조금 돌아보게 됐다.
“어린 왕자 다시 읽은 후기, 아빠가 되고 나니 다르게 보였다”에 대한 1개의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