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살 아이 유치원 이야기를 듣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는 않았다.
아이에게 유치원에서 뭐 했냐고 물어보면 대답을 아예 안 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하루 종일 유치원에서 있었던 일을 자세하게 이야기해주길 기대했던 건 부모의 욕심에 가까웠다.
요즘은 그래도 많이 달라졌다.
길게 이야기하지는 않지만 유치원에서 있었던 일을 조금씩 말해준다. 특히 아이가 재미있었던 일을 물어보면 신나서 이야기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유치원에서 견학을 다녀온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 모습을 보면서 아이에게 말을 잘하게 만드는 것보다 아이 스스로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먼저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얼마 전 읽었던 넛지육아에 대한 생각도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세 살 네 살 넛지육아 후기 | 아이를 바꾸기보다 부모가 먼저)
5살 아이 유치원 이야기를 기다리는 게 생각보다 어렵다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나면 부모 입장에서는 궁금한 게 많다.
오늘은 누구랑 놀았는지, 밥은 잘 먹었는지, 선생님과 어떤 일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그래서 하원하고 집에 오면 자연스럽게 물어보게 된다.
“오늘 유치원에서 뭐 했어?”
그런데 아이가 대답하는 건 생각보다 짧다.
“몰라.”
“그냥.”
“기억 안 나.”
처음에는 괜히 답답했다.
유치원에서 하루를 보내고 왔으니 뭔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줄 것 같았는데, 막상 물어보면 몇 마디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아이에게는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정리해서 부모에게 설명하는 것 자체가 아직 쉽지 않을 것 같았다.
부모에게는 간단한 질문이지만 아이에게는 너무 넓은 질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질문을 조금 바꿔보기로 했다
예전에는 “오늘 뭐 했어?”라는 질문을 가장 많이 했다.
그런데 질문을 조금 구체적으로 바꿔보기 시작했다.
“오늘 누구랑 놀았어?”
“뭐 하고 놀았어?”
“오늘 재미있었어?”
“밥은 뭐 먹었어?”
이렇게 물어보면 아이가 대답하는 경우가 조금씩 늘었다.
질문 하나에 한두 마디로 끝날 때도 있지만, 어떤 질문에서는 갑자기 이야기가 길어진다.
특히 본인이 재미있었다고 생각하는 일이 있으면 표정부터 달라진다.
신나서 자기 이야기를 이어간다.
그 모습을 보면서 아이에게 답을 끌어내려고 하기보다 대답하기 쉬운 상황을 만들어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구나 싶었다.
넛지육아를 읽으면서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아이의 행동을 부모가 원하는 방향으로 억지로 바꾸기보다, 아이가 스스로 선택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
유치원 이야기를 듣는 것도 조금은 비슷했다.
“말해봐”라고 요구하는 것보다 아이가 이야기하기 쉬운 질문을 던지는 편이 훨씬 자연스러웠다.
아이가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순간을 기다린다
물론 질문을 바꾼다고 해서 아이가 매번 많은 이야기를 해주는 것은 아니다.
어떤 날은 신나서 이야기하고, 어떤 날은 대답 몇 마디로 끝난다.
예전 같으면 조금 더 캐물었을 것 같다.
“그래서?”
“그다음에는?”
“누가 그랬어?”
그런데 요즘은 조금 기다리려고 한다.
아이가 이야기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데 계속 질문한다고 해서 좋은 대화가 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오히려 이야기하고 싶은 순간에 편하게 말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것도 넛지육아를 읽고 나서 부모로서 조금 달라진 부분이다.
아이를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가려고 하기보다 아이가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주는 것에 조금 더 관심을 갖게 됐다.
기분이 안 좋아 보일 때는 조금 다르게 물어본다
유치원에서 돌아왔는데 평소보다 기분이 좋지 않아 보이는 날도 있다.
그럴 때는 그냥 지나치지 않고 조금 물어본다.
“오늘 무슨 일 있었어?”
“친구랑 뭐 했어?”
“기분이 안 좋아?”
처음부터 무슨 일이 있었는지 캐묻기보다는 아이가 대답할 수 있는 질문부터 해본다.
물론 매번 이야기를 해주는 것은 아니다.
그냥 대답하지 않고 넘어가는 날도 있다.
그럴 때는 더 이상 계속 물어보지 않으려고 한다.
아이에게도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순간이 있을 수 있으니까.
부모 입장에서는 궁금하지만, 결국 아이가 이야기하고 싶을 때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최근에는 견학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최근에 기억에 남았던 건 유치원에서 견학을 다녀온 뒤였다.
평소보다 이야기를 많이 해줬다.
누구와 함께 있었는지, 무엇을 봤는지, 어떤 게 재미있었는지 물어보니 꽤 신나서 이야기했다.
물론 어른처럼 자세하게 설명하는 것은 아니다.
중간중간 이야기가 끊기기도 하고, 순서가 뒤섞이기도 한다.
그래도 예전보다 확실히 자기 경험을 이야기하려는 모습이 보인다.
이럴 때는 중간에 내용을 바로잡거나 질문을 너무 많이 하기보다 일단 들어주려고 한다.
아이가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도록 부모가 조금 뒤로 물러나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가 이야기할 때는 정답보다 반응이 중요한 것 같다
아이와 이야기를 하다 보면 부모가 무심코 질문을 많이 하게 된다.
“그래서?”
“왜?”
“누가 그랬어?”
“그다음에는?”
아이의 이야기를 듣기 위한 질문이지만 너무 많아지면 어느 순간 대화가 아니라 조사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요즘은 아이가 이야기를 하면 먼저 반응해주려고 한다.
“진짜?”
“그랬구나.”
“재미있었겠다.”
그리고 아이가 더 이야기하면 그때 다시 물어본다.
이렇게 하다 보면 아이가 먼저 이야기를 이어가는 경우도 있다.
이것도 결국 아이에게 선택권을 조금 남겨두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무슨 이야기를 할지, 얼마나 이야기할지, 지금 이야기할지 말지를 아이가 결정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넛지육아를 읽고 부모의 질문도 다시 생각하게 됐다
넛지육아를 읽기 전에는 육아에서 부모가 아이에게 좋은 방향을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지금도 부모가 기준을 잡아주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모든 상황에서 부모가 답을 알려줄 필요는 없다는 생각도 하게 됐다.
아이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주는 것도 부모의 역할일 수 있다.
유치원 이야기를 듣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아이에게
“오늘 유치원에서 있었던 일을 다 말해봐.”
라고 요구하는 것보다
“오늘 누구랑 놀았어?”
라고 물어보고 기다리는 것이 훨씬 편했다.
아이에게 말을 시키는 것이 아니라 말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주는 것에 가까웠다.
아직 내가 넛지육아를 완벽하게 실천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아이와 생활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잔소리를 하고, 빨리 대답하라고 재촉할 때가 많다.
그래도 책을 읽고 난 뒤에는 내가 아이에게 어떤 환경을 만들어주고 있는지를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
5살 아이 유치원 이야기를 듣는 방법도 조금씩 배워가는 중이다
돌이켜보면 아이에게 말을 많이 하라고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아이가 말을 많이 하는 것보다 부모가 잘 들어주는 게 먼저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은 하원하고 집에 오면 가볍게 물어본다.
“오늘 누구랑 놀았어?”
“뭐 하고 놀았어?”
“오늘 재미있었어?”
그리고 기분이 평소와 다르면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물어본다.
대답을 잘하면 이야기를 이어가고, 대답하기 싫어하면 그냥 넘어간다.
이 정도면 충분한 것 같다.
최근에는 아이가 먼저 유치원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는 경우도 생겼다.
길게 이야기하지는 않지만, 그 짧은 이야기를 듣는 게 생각보다 재미있다.
마무리
5살 아이 유치원 이야기를 듣다 보면 부모가 생각하는 것과 아이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조금 다르다는 걸 느끼게 된다.
부모는 하루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자세하게 듣고 싶지만, 아이는 자신이 재미있었던 한두 가지 이야기만 하고 싶을 수도 있다.
그래서 요즘은 아이에게 많은 이야기를 요구하기보다는 먼저 질문을 던지고 기다려보려고 한다.
“누구랑 놀았어?”
“뭐 하고 놀았어?”
“오늘 재미있었어?”
그리고 아이가 이야기를 시작하면 중간에 끊지 않고 들어보려고 한다.
최근 유치원 견학 이야기를 신나서 들려주는 모습을 보면서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것도 느꼈다.
넛지육아를 읽으면서 생각했던 것처럼, 아이를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하는 것보다 아이가 스스로 이야기하고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더 중요할 수도 있겠다.
아직은 짧은 이야기지만 괜찮다.
지금은 아이가 자기 하루를 부모에게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언젠가는 내가 묻지 않아도 하루 종일 있었던 일을 한참 이야기하는 날이 오겠지.
그때가 되면 지금처럼 짧게 들려주던 이야기들이 조금 그리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