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레이킹 배드》를 보기 시작한 건 그냥 유명한 드라마라서였다.
워낙 여기저기서 이름을 많이 들어봤고, 명작이라는 이야기도 많이 봤다. 그래서 언젠가는 봐야겠다고 생각하다가 이번에 시작했다.
그런데 막상 보기 시작하니 생각보다 오래 붙잡고 있다.
현재 시즌 3까지 보고 있는데, 처음 봤을 때와 지금 느끼는 감정도 꽤 달라졌다.
처음에는 월터와 제시가 어떻게 마약 제조를 시작하게 되는지가 궁금했다면, 시즌 2와 시즌 3을 지나면서는 오히려 사람이 어떤 선택을 하고 그 선택을 어디까지 밀고 갈 수 있는지를 보게 된다.
아직 마지막까지 본 건 아니기 때문에 결말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
지금까지 본 시즌 2와 시즌 3에 대한 이야기만 해보려고 한다.
처음에는 월터가 안쓰러웠다
처음 《브레이킹 배드》를 보기 시작했을 때는 월터에게 어느 정도 공감이 갔다.
평범하게 살아가던 사람이 갑작스럽게 큰 일을 겪고, 가족을 위해 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그 상황에서 월터가 선택한 방법이 잘못됐다는 건 분명하지만, 적어도 처음에는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계속 보다 보니 조금씩 생각이 달라진다.
처음에는 가족을 위해서라고 생각했던 행동이 어느 순간부터 꼭 가족만을 위한 것인지 애매해진다.
그리고 그 애매함이 이 드라마를 계속 보게 만드는 것 같다.
‘그래도 가족 때문이겠지.’
라고 생각하다가도,
‘그런데 정말 그것뿐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식으로 인물을 한쪽으로만 판단하기 어렵게 만드는 게 재미있었다.
제시는 답답하면서도 계속 신경 쓰인다
제시는 또 다른 의미에서 답답하다.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될 것 같은 순간에도 꼭 자기 방식대로 일을 벌인다.
보고 있으면
‘그냥 가만히 있으면 안 되나.’
싶을 때가 꽤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 계속 신경이 쓰인다.
월터와 비교하면 제시는 아직 감정적으로 움직이는 부분이 많고, 그래서 더 불안해 보이기도 한다.
실수를 하고 후회하고, 다시 같은 상황에 놓이고.
그런 모습을 보다 보면 답답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 인물이 왜 이렇게 행동하는지 생각하게 된다.
특히 월터와 제시가 함께 있을 때 둘의 차이가 더 잘 보인다.
둘 다 잘못된 일에 발을 들였지만, 그 일을 받아들이는 방식은 꽤 다르다.
그래서 둘이 함께 등장하는 장면은 단순히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보는 것과는 또 다른 재미가 있다.
시즌 2부터는 일이 점점 커진다
시즌 1에서는 비교적 단순하게 시작했던 이야기가 시즌 2를 지나면서 점점 복잡해진다.
한 가지 문제가 생기면 그걸 해결하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그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
그리고 그 문제를 덮기 위해 다시 무언가를 선택한다.
이게 계속 반복된다.
그래서 보고 있으면 가끔 답답하다.
‘그냥 여기서 그만두면 되지 않나.’
싶은 순간이 있는데, 이미 너무 많은 일이 벌어진 뒤라 쉽게 돌아갈 수도 없다.
사람이 어떤 선택을 한 뒤에 그 선택을 없었던 일로 만들기는 어렵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
물론 드라마니까 극단적인 상황들이 이어지는 것이겠지만, 작은 선택 하나가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로 이어지는 과정은 꽤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시즌 3에서는 인물들이 더 복잡해진다
시즌 3까지 오면서부터는 사건 자체보다 인물들을 보는 재미가 더 커졌다.
특히 월터가 처음과 같은 사람인지 생각하게 된다.
처음에는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스스로 선택하는 순간들이 많아진다.
그게 이 드라마에서 꽤 재미있는 부분이었다.
사람이 어느 순간부터 상황에 끌려가는 게 아니라, 상황을 자기 손으로 만들어가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책임을 어디까지 물어야 할까.
처음에는 어쩔 수 없었던 선택이었다고 해도 계속 같은 선택을 반복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않을까.
《브레이킹 배드》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그리고 이게 단순한 범죄 드라마와 조금 다르게 느껴지는 이유인 것 같다.
스카일러가 답답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스카일러에 대해서는 생각이 좀 복잡하다.
처음에는 월터가 숨기는 일이 많으니 당연히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보다 보면 행동 하나하나가 답답하게 느껴지는 순간도 있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본인 입장에서는 이상한 일이 계속 벌어지고 있는데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는 것도 이상할 것이다.
그래서 이 인물도 단순하게 좋다, 싫다로 나누기는 어려운 것 같다.
결국 월터가 숨기는 일이 많아질수록 주변 사람들의 반응도 달라질 수밖에 없으니까.
이 드라마는 이런 부분에서 누가 맞고 틀렸다고 쉽게 결론 내리지 않는 게 재미있다.
각자 자기 입장에서 보면 나름의 이유가 있다.
그런데 그 이유들이 부딪히면서 일이 점점 더 복잡해진다.
그래서 계속 다음 화를 누르게 된다
《브레이킹 배드》가 재미있는 가장 큰 이유는 아마 이것인 것 같다.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궁금하다.
그런데 단순히 사건이 궁금한 것만은 아니다.
이 사람이 다음에는 어떤 선택을 할지가 궁금하다.
그리고 그 선택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움직일지도 궁금하다.
그래서 한 편만 보려고 했다가 다음 편을 누르게 된다.
물론 가끔은
‘이제 그냥 좀 가만히 있으면 안 되나.’
싶기도 하다.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결국 다음 화를 틀고 있다.
그게 《브레이킹 배드》의 이상한 힘인 것 같다.
시즌 3까지 보고 나서
아직 끝까지 보지 않았기 때문에 이 드라마가 어떤 결말로 가는지는 나도 모른다.
그래서 지금 시점에서 작품 전체를 평가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시즌 2와 시즌 3까지 본 것만 놓고 보면,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인물 중심의 드라마라는 생각이 든다.
마약 제조라는 큰 사건을 중심에 두고 있지만 결국 계속 보게 되는 건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이다.
월터가 왜 그런 선택을 하는지.
제시는 왜 계속 흔들리는지.
주변 사람들은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그런 것들을 보다 보면 어느 순간 사건보다 사람이 궁금해진다.
아직 남은 시즌이 있으니 일단 계속 봐야겠다.
그리고 다 보고 나면 지금과는 또 다른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그때는 지금까지 봤던 이야기를 처음부터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일단 지금은 여기까지.
시즌 3까지는 봤고, 아직 갈 길이 남았다.
9월에 보고 읽었던 다른 작품들은 ( 9월 감명록)에 따로 정리해뒀다.
“브레이킹 배드 시즌 2·3 후기, 볼수록 불편한데 계속 보게 된다”에 대한 2개의 생각